[교육] 아이 교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의 이야기
이든이를 키울 때 난 절대 명문대, 대기업 취직에 매달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태도가 교육 현장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은 아니다. 내가 겪었던 고등학교 시절은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옛날이다. 하루 하루 고달프게 학교, 독서실, 학원으로 그야말로 뺑뺑이 돌던 그 때는 진정 내 인생의 암흑기였다. 그렇게 공부를 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교가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못했다. 솔직히 난 내가 왜 그런 대학을, 그리고 그런 전공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철없는 마음에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을 택해서 학과를 정했고, 수능 점수에 맞는 대학에 지원했을 뿐이다. 그래서 아직도 난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내가 만약 학창시절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지금까지 했다면 난 분명 행복했을 것 같다.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보면 전부 내가 어릴 때 즐겨 하던 것들이다. 그래서 이젠 돈 좀 덜 벌어도 상관 없으니 내가 즐겨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10년 후, 20년 후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이런, 내가 또 기회를 놓쳤구나' 하는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다. 이든이는 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할 것이다. 그게 경제적으로 힘이 들던, 육체적으로 힘이 들던. 힘이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정말 행복하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4학년, 작은 아이가 1학년인데 교육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아내와 갈등이 많거든요. 저는
아이들이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초등학생이니까 많이 놀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을 하면 아내는 잘 알지
도 못하면서 그런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만 하면 늘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그래서 더 그 이
야기를 하기가 어렵고요. 아내와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만났는데 이런 일로 갈등을 벌이게 되다니 참
힘들군요. 묘책이 없을는지요? 글 김상윤 가명, 43세 경남 울산시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처하신 상황은 아주 흔한 경우라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군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아빠들은 교육문제에 대범한 태도를 보이는 데 반해 엄마들은 좀 더 긴장한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가 학원 같은 데 다니는 것도 대부분 엄마들의 의견에 의해서지요. 그런 차이가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이 그 차이를 더 깊게 만듭니다.
문제는 아빠와 엄마의 그런 차이가 교육문제에 대한 나름의 철학에서 온다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온
다는 것입니다. 아빠들은 아무래도 현장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다 보니 좀 더 이상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반
면 엄마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의 전장에서 있다 보니 아무래도 더 실제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그런
데 이런 상황의 차이를 무시하고 태도만 갖고 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빠가 볼 땐 내 아내가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 싶고, 엄마가 볼 땐 아이들 문제에 실제
적인 참여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속물로 보는 듯한 태도가 마땅치 않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 문제는 아빠 쪽의 태도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먼저 아내의 수고와 고통에 충분한 감사와 존중
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내에게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배워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건 잘못이 분명하니까요. 그 다음에 비로소 의견을 낼 수 있을 텐데 물론 아내의 현
재 실천들을 역시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겠지요. 그렇게 하면 비로소 대화와 토론이 시작
될 수 있고 일단 대화와 토론의 물꼬가 터지면 그 다음은 훨씬 쉽습니다.
만일 아내가 현장의 불안과 강박 때문이 아니라 정도를 넘어서 삶의 가치관 자체가 달라졌다는 게 확인이 된
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겠지요. 좀 극단적인 표현으로, 아내 분께서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직’이 아이가
행복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라고 확신한다면 말입니다. 그건 더 이상 교육문제가 아니라 인생관이나 삶의 철학
에 관한 문제겠지요. 생활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이해와 존중이 가능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어느 경우든 해결책은 ‘현실적’인 자세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직’
에 매진하는 걸 ‘현실적’인 자세로 여깁니다. 어처구니없는 착각입니다.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대입수험생의 5% 안팎입니다. 그 명문대 입학생의 대다수는 특목고 출신이고 나머지의 대다수도 강남이나 목
동처럼 소위 특수지역 출신입니다. ‘특’에 끼지 못한 대다수 학생이 명문대에 입학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쯤
될 겁니다.
대다수 학생과 부모에게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직’에 매진하는 건 매우 ‘비현실적’인 자세입니다. 너
도나도 하늘의 별을 따려다 우수수 떨어져서 스스로 패배자, 낙오자라고 자책하는 건 ‘현실’입니다. 한국에
는 수만 개의 직업이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오지 못해서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해서 내가 이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할 도리가 없습니다.
댁의 자녀의 꿈은 무엇인지요? 그 꿈이 공부를 잘해야 이룰 수 있는 거라면 아이는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하
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부모님의 눈과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무엇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지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부모와 자녀가 ‘현실적’인 대화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글 조대연 (고래가그랬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