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공부

2월 셋째주

J j 2009. 2. 11. 11:29
저번주부터 스터디 계획을 계속 미루기만 하고 안지키고 있다.

이유를 대자면,
첫째 - 한 열흘 동안 계획대로 계속 (강행군)했더니 지쳤어. (남편이 비웃는 소리가 들림)
둘째 - 공부보단 사람이 중요하지. 공부는 안했지만 사람들하고 시간을 함께 보냈잖아.

첫번째 이유를 들면서 한 이틀 땡땡이 쳤는데, 그 이후엔 첫번째 이유를 대면서 공부를 안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으므로 무의식 중에 두번째 이유를 만들어냈다. 난 역시 합리화의 여왕인가봐.

그런데 솔직히 얘기하면 공부안한 첫번째 이유는 합리화가 맞는데, 두번째 이유는 합리화가 아니라 진지한 이유이다.
그 이유는 지난 몇 주 동안 나에게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두번째 이유는 나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이유이다. 학교 때부터 이기적인 나였기에-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 좋았지만, 막상 나가면 뭔가 혼자 유리된 느낌같은 걸 많이 느꼈었다.
가끔 나가기 싫을 때면 어른들 제사를 이유로 (물론 뻥. 미안해 친구야.) 안나가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그 시간에 공부를 한것도 아니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나는 항상 벽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힘들 때 먼저 도와주려고 한 적도 별로 없다.
내가 한결같이 진정으로 내 모든것을 내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기는 있는지 의문이다.

사람들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였다.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친구들 만나서 내 마음대로 마음껏 논 것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니고, 한마디로 생각없이 사람들 만나고 다녔던 것 같다. 그냥 만나게 된 사람이니까 만나는 것 뿐이었던 것 같다.
만나게 될 이유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또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단기적인 관계의 지속이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내가 친구들에게 기꺼이 나를 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난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게 참 많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나를 불러주는 친구들이 있고, 내 대소사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외로울 때 연락하면 누군가 내 목소리에 대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고마움을 참으로 잊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여기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깊이 느끼고 있는 중이다.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가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었다.
내 어려움을 먼저 알아서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게 너무 감사해서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았는지 반성하게 되고,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

내 이름의 한자 뜻은 베풀 선, 두루 주, 어질 현이다. 하지만 난 두루 베풀거나 어질게 살지 않았다.
항상 밑지는 듯한 기분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해 줄 것은 딱 여기까지야하고 선을 긋고는 그 이상으로 베풀지 않았다.
나에게 먼저 베풀어 주시는 분들의 따스함과 사랑은 느낀 지금에야 그 베품이 어떤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임을,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이 가장 최우선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에게는 정말 새로운 세상이다.

아무튼 나에겐 이런 변화가 생기고 있기에 공부를 안해도 큰 죄책감(?) 없이 잘 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공부도 좀 하면서 하자고! 이론과 실제의 조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