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인 시위' 범국민교육연대 이태기 집행위원장
기사입력 2008-09-30 오전 9:53:50
1989년
개봉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여주인공 '은수'(이미연)는 늘 1등만 하다가 어느 날 7등을 하게
되고, 이 현실을 받아 들일 수 없어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은수'가 떠난 빈 자리에 놓인 꽃 한 송이는 당시 10대들의
눈물샘을 두고두고 자극했던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이 처럼 한국 영화 속에는 입시 지옥을 겪으며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게 새삼스럽지 않다. 그만큼 10대의 성적 비관 자살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이어져 왔다. 특히 전국적으로 시행되던 일제고사를 통해 주입되는 전국 석차, 전교 석차와 같은 말들은 학생들을 오로지 성적 외에는 관심을 둘 수 없도록 강요했다. 또 교사, 부모 모두에게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았던 학생들은 야간 자율 학습, 0교시 수업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교육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고교 평준화가 확대되고, '야자'와 0교시, 일제고사가 폐지됐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정부는 그야말로 역주행 정책을 펴고 있다.
일 제고사는 그중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오는 10월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치른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개 과목을 대상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시행하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등 34개 단체가 참여한 '범국민교육연대'는 지난 26일부터 오는 10월 14일 일제고사를 보는 날까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번째 릴레이 1인 시위 주자로 나선 범국민교육연대 이태기 집행위원장을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만났다. 그의 피켓에는 "전국의 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시험계의 핵폭탄, 일제고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적혀 있었다.
"왜 개발 독재 시절로 돌아가려 하는가"
올 해 치러지는 일제고사는 1998년부터 전국에서 3% 정도의 학생들을 표본 추출해 학업 성취도를 알아보던 시험이 확대된 것. 이 시험 성적은 2010년부터 시행될 고교 선택제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될 전망이다. 2010년부터 일제고사의 3년 간 학교 성적이 '학교정보공개법'에 따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이 시험 성적을 높이려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늘리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이태기 위원장의 아이는 "왜 대통령이 내 성적을 보려고 하느냐"며 화를 내면서도 성적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의 불안감은 이 위원장이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에 나서게 한 이유가 됐다.
"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정부에서 가장 잘한 정책은 '중학교 입시 폐지와 고교 평준화'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입시의 마지막 세대였던 내가 학교 다닐 때, 그 당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과 과외 열풍이 말도 못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성적 하나에 울고 웃고, 다른 관심은 갖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정부의 교육 정책은 고교 평준화와 중학 입시제도 폐지가 시행되기 이전으로, 즉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 같다. 완전히 개발독재 시절로 돌아갈 셈인가. 교육을 도대체 몇십 년이나 후퇴시키려 하는가."
"교육은 성적의 문제가 아니다…성적≠국가경쟁력"
현 정부와 교육당국이 일제고사를 옹호하는 논리는 바로 '경쟁'이다. 즉 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학력을 신장할 수 있다는 것. 일제고사=학력 신장=글로벌 스탠다드=국력의 검증. 이 공식은 곧 일제고사 추진의 명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교육은 성적의 문제가 아니다. 초·중·고 시절부터 경쟁에 내던져진 아이가 사회에 나가면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해 보라. 아이는 사회 정의에 대해서 고민해 보지도 않고, 오로지 적자생존과 정글의 법칙만 배워 사회는 더욱 삭막해질 것이다.
일 제고사처럼 경쟁을 통한 교육이 아니면 성적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겁주는 사람들이 있다. 묻고 싶다. 시험 성적이 높다고 국가 경쟁력이 높은가? 그렇다면 왜 해외의 수학·과학 경시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우리나라에 세계적 리더가 없는가.
세계를 이끄는 사람들은 풍부한 철학이 있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사회를 관찰하고 그 철학이 기초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오직 시험 성적만으로 교육의 가치를 두지 않는가. 천박하다. 이처럼 단순히 시험 성적으로만 국력이 검증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제고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는 시금석"
그 런데 왜 정부는 일제고사를 보려고 하는 것일까.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란 개념을 통해 산업혁명 당시 부르주아들이 어떻게 교육을 통해 노동자들과 자신들을 구분했는지 설명했다. 학벌을 형성해 그것을 향유하는 부르주아들은 문화 자본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헤게모니를 장악해 사회 상층부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일제고사 역시 '강부자' 정권의 '강부자'를 위한 정책은 아닐까. 이 위원장 역시 지난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강남 지역이 결집해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된 것을 예로 들며 이 같은 말에 호응했다.
"일제고사의 효용성을 언급하는 이들은 주로 돈 있는 집 사람들이다. 강 남 엄마들은 국제중에 진학해 성적 서열의 윗부분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통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은 서열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를 충족하고자 일제고사를 원하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고, 일제고사는 서열을 매겨 계층을 나누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뇌가 없는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
이태기 위원장은 일제고사뿐만 아니라 4·15 학교 자율화 조치, 국제중 설립, 대학 자율화 2단계 추진 계획 등을 꼬집으며 "일제고사와 다 같은 맥락"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으로 볼 수 있다"며 "교육이 상품이 되고, 대학이 산업이 된 현실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두고 "뇌가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 현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며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참여정부에서 세워 놓은 계획을 현 정부는 실행만 할 뿐이다. 즉 이명박 정부는 뇌가 없는 정부다. 자기들이 기획한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또 사회 공공성을 파괴하며 민영화를 강행하고, 국토를 삽으로 파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지 않나."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할까. 이 위원장은 요즘 어린 시절 초등학교 건물 중앙 계단에 붙어 있던 글귀가 생각이 난다고 했다.
"사랑은 교사의 생명이요, 연구는 교사의 역량이다."
그 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한 학급의 학생 수는 15명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학생들이 교사의 사랑도 담뿍 받을 수 있고, 교사의 연구 역량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교 한 학급의 학생 수는 35명.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이런 실질적인 환경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정부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정작 얘기돼야 할 것들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경쟁만 강조해서 교육 현장을 바꿔가기 보다는 진정으로 학생과 교사를 위해서 한국 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 자살률 높아질까 두렵다"
무엇보다도 일제고사를 강요하는 교육 풍토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희생이 되는 이들은 학생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이 위원장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뭐라 해도 가장 끔찍한 건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죽는 것이다. 아이들의 자살률이 오를까 걱정이다."
이 명박 정부는 지난 세월 일제고사 성적으로 인한 압박에 수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선진화를 외치면서 정작 20년 전으로 교육 현장을 후진시키는 이 정부의 선진화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위원장이 들고 있는 피켓엔 이렇게 써 있었다.
"일제고死=[명사] 일제히 고통스럽게 죽임"
이 처럼 한국 영화 속에는 입시 지옥을 겪으며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게 새삼스럽지 않다. 그만큼 10대의 성적 비관 자살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이어져 왔다. 특히 전국적으로 시행되던 일제고사를 통해 주입되는 전국 석차, 전교 석차와 같은 말들은 학생들을 오로지 성적 외에는 관심을 둘 수 없도록 강요했다. 또 교사, 부모 모두에게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았던 학생들은 야간 자율 학습, 0교시 수업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교육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고교 평준화가 확대되고, '야자'와 0교시, 일제고사가 폐지됐다. 그러나 최근 이명박 정부는 그야말로 역주행 정책을 펴고 있다.
일 제고사는 그중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오는 10월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치른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개 과목을 대상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시행하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노총 등 34개 단체가 참여한 '범국민교육연대'는 지난 26일부터 오는 10월 14일 일제고사를 보는 날까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번째 릴레이 1인 시위 주자로 나선 범국민교육연대 이태기 집행위원장을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만났다. 그의 피켓에는 "전국의 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시험계의 핵폭탄, 일제고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적혀 있었다.
"왜 개발 독재 시절로 돌아가려 하는가"
올 해 치러지는 일제고사는 1998년부터 전국에서 3% 정도의 학생들을 표본 추출해 학업 성취도를 알아보던 시험이 확대된 것. 이 시험 성적은 2010년부터 시행될 고교 선택제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될 전망이다. 2010년부터 일제고사의 3년 간 학교 성적이 '학교정보공개법'에 따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일선 학교에서는 이 시험 성적을 높이려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늘리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이태기 위원장의 아이는 "왜 대통령이 내 성적을 보려고 하느냐"며 화를 내면서도 성적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의 불안감은 이 위원장이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에 나서게 한 이유가 됐다.
"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정부에서 가장 잘한 정책은 '중학교 입시 폐지와 고교 평준화'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입시의 마지막 세대였던 내가 학교 다닐 때, 그 당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과 과외 열풍이 말도 못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성적 하나에 울고 웃고, 다른 관심은 갖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정부의 교육 정책은 고교 평준화와 중학 입시제도 폐지가 시행되기 이전으로, 즉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는 것 같다. 완전히 개발독재 시절로 돌아갈 셈인가. 교육을 도대체 몇십 년이나 후퇴시키려 하는가."
"교육은 성적의 문제가 아니다…성적≠국가경쟁력"
현 정부와 교육당국이 일제고사를 옹호하는 논리는 바로 '경쟁'이다. 즉 학생들이 경쟁을 통해 학력을 신장할 수 있다는 것. 일제고사=학력 신장=글로벌 스탠다드=국력의 검증. 이 공식은 곧 일제고사 추진의 명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교육은 성적의 문제가 아니다. 초·중·고 시절부터 경쟁에 내던져진 아이가 사회에 나가면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해 보라. 아이는 사회 정의에 대해서 고민해 보지도 않고, 오로지 적자생존과 정글의 법칙만 배워 사회는 더욱 삭막해질 것이다.
일 제고사처럼 경쟁을 통한 교육이 아니면 성적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겁주는 사람들이 있다. 묻고 싶다. 시험 성적이 높다고 국가 경쟁력이 높은가? 그렇다면 왜 해외의 수학·과학 경시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우리나라에 세계적 리더가 없는가.
세계를 이끄는 사람들은 풍부한 철학이 있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사회를 관찰하고 그 철학이 기초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오직 시험 성적만으로 교육의 가치를 두지 않는가. 천박하다. 이처럼 단순히 시험 성적으로만 국력이 검증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제고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는 시금석"
그 런데 왜 정부는 일제고사를 보려고 하는 것일까.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란 개념을 통해 산업혁명 당시 부르주아들이 어떻게 교육을 통해 노동자들과 자신들을 구분했는지 설명했다. 학벌을 형성해 그것을 향유하는 부르주아들은 문화 자본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헤게모니를 장악해 사회 상층부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일제고사 역시 '강부자' 정권의 '강부자'를 위한 정책은 아닐까. 이 위원장 역시 지난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강남 지역이 결집해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된 것을 예로 들며 이 같은 말에 호응했다.
"일제고사의 효용성을 언급하는 이들은 주로 돈 있는 집 사람들이다. 강 남 엄마들은 국제중에 진학해 성적 서열의 윗부분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통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은 서열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를 충족하고자 일제고사를 원하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것이고, 일제고사는 서열을 매겨 계층을 나누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뇌가 없는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
이태기 위원장은 일제고사뿐만 아니라 4·15 학교 자율화 조치, 국제중 설립, 대학 자율화 2단계 추진 계획 등을 꼬집으며 "일제고사와 다 같은 맥락"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으로 볼 수 있다"며 "교육이 상품이 되고, 대학이 산업이 된 현실의 반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두고 "뇌가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 현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며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참여정부에서 세워 놓은 계획을 현 정부는 실행만 할 뿐이다. 즉 이명박 정부는 뇌가 없는 정부다. 자기들이 기획한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또 사회 공공성을 파괴하며 민영화를 강행하고, 국토를 삽으로 파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지 않나."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교육 정책을 펼쳐야 할까. 이 위원장은 요즘 어린 시절 초등학교 건물 중앙 계단에 붙어 있던 글귀가 생각이 난다고 했다.
"사랑은 교사의 생명이요, 연구는 교사의 역량이다."
그 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한 학급의 학생 수는 15명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학생들이 교사의 사랑도 담뿍 받을 수 있고, 교사의 연구 역량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교 한 학급의 학생 수는 35명.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이런 실질적인 환경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이런 정부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정작 얘기돼야 할 것들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경쟁만 강조해서 교육 현장을 바꿔가기 보다는 진정으로 학생과 교사를 위해서 한국 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 자살률 높아질까 두렵다"
무엇보다도 일제고사를 강요하는 교육 풍토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희생이 되는 이들은 학생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이 위원장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뭐라 해도 가장 끔찍한 건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죽는 것이다. 아이들의 자살률이 오를까 걱정이다."
이 명박 정부는 지난 세월 일제고사 성적으로 인한 압박에 수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선진화를 외치면서 정작 20년 전으로 교육 현장을 후진시키는 이 정부의 선진화는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위원장이 들고 있는 피켓엔 이렇게 써 있었다.
"일제고死=[명사] 일제히 고통스럽게 죽임"
/김하나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인터뷰] 징계 앞둔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
기사입력 2009-02-06 오전 8:08:08
지난해 말,
일제고사 대신 체험 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이 7명의 초·중등교사를 파면·해임한 사건은 큰 파장을 불렀다. 지나친
징계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심지어 여당 의원도 시교육청을 비판했다. 현재 해당 교사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소청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 러나 같은 일로 곧 중징계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교사가 또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일제고사에서 서울 서초구 세화여중 3학년 학생 100여 명은 백지 답안을 제출했다. 일제고사에 반대한다는 의사의 표시였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수 언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생을 선동했다고 몰아갔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공립학교 교사를 파면·해임하면서 사립학교인 세화여중 재단에 이 학교 김영승 교사에 대한 자체 징계를 권고했다. 김 교사는 일제고사 시행 전, 3학년 수업에 들어가 일제고사에 대해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했었다.
학교 재단 측은 오는 7일 김영승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김 교사에게 보낸 징계사유서에는 성실과 복종의 의무, 직장 이탈 금지, 그리고 사립학교는 공립학교 교원의 복무를 적용한다는 사립학교법 위반 등이 적혀 있었다. 성실과 복종 의무 위반은 현재까지 일제고사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혐의'다.
소문이 퍼지면서 세화여중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재학생들은 "우리가 백지를 낸 건데 왜 선생님한테 그러냐"고 했고, 졸업생들은 "내가 기억하는 세화는 이렇지 않다"고 항의했다.
포 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카페에는 현재 700여 명 가까이 되는 회원이 가입했다. 애초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로 예정됐던 지난 1월 29일 세화여중 맞은편 반포초등학교 앞에서는 150여 명이 모여 김영승 교사를 응원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1월 15일부터는 세화여중 정문 앞에과 학교 재단인 태광그룹 앞에서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20일 넘게 이어지는 학교 앞 1인 시위는 이제 제법 구색을 갖췄다.
지난 4일 찾아간 학교 앞에서 김영승 교사는 자신의 차 트렁크에 작은 '다방'을 차려 오가는 이들과 따뜻한 음료를 나눴다.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제법 많은 종이컵이 쌓여 있었다.
"다른 이유까지 끼워넣어 징계하려 한다"
"징계사유서를 보면 제가 참 파렴치하고 정치적인 인간이었던 것 같더라.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김 영승 교사가 세화여중·고에서 재직한 것은 1996년부터였다. 13년간 학교에 재직하며 김 교사는 급식 환경 개선에 앞장서 모범 학교로 인정받게 하는 등 학교 운영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랬던 그는 지난 1월 자신 앞으로 날아온 징계사유서에 할말을 잃었다.
징 계사유서에는 백지 답안 뿐만 아니라 다른 사유들이 함께 적혀 있었다. 학교 측은 김 교사가 지난 10월 일제고사 전 학교 교사들에게 '교사 반대 선언' 서명 참여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발송하고, 서명지를 부착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처분서에 적시된 내용이었다.
김 교사는 "백지 답안 때문에 징계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학교가 다른 이유까지 끼워 넣어서 사유를 만들어냈다"며 "여러 통로로 들리는 이야기를 봐서는 중징계를 할 모양"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동료 교사는 "평소 미웠던 교사에게 교육청에서 징계를 하라고 한 것"이라며 "때리고 싶었는데, 때리라고 방망이를 준 셈"이라고 거들었다.
"부당한 징계 사유, 누구나 알 수 있다"
징계 소식이 알려진 뒤 김영승 교사에게 힘을 주었던 이들은 다름 아닌 학부모와 학생들이었다.
4 일 오전에도 3명의 학부모가 징계위원 중 한 명인 세화고 교장을 방문하러 가는 길이라며 정문 앞에서 김 교사와 인사를 했다. 그는 "급식업체를 바꿀 때 특히 학부모들의 신임을 받았다"며 "저를 좋은 교사라고 기억하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온·오프라인으로 모집하고 있는 탄원서도 2000장이 넘었다. 김 교사가 부임하기 전에 졸업한 친구들도 자기가 기억하는 세화, 바라는 세화는 이런 모습이 아니라며 연락을 해왔다.
학 교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맞서 교사들에게 탄원서에 서명을 하지 말라고 일일히 전화를 돌리는가 하면, 김 교사를 돕겠다는 졸업생에게 연락해 학교로 부르기도 했다. 또 항의 집회를 할 수 없도록 학교 인근에 집회 신고를 먼저 해놓기도 했다. 김 교사는 "징계 사유가 부당한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처럼 체험 학습을 안내하거나 조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이 시험 왜 봐요? 안 보면 안되요? 라고 물었을 때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시끄럽다고 다그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법률적으로 원래 교과부 장관에게 권한이 있던 시험이고, 그런 시험이 전집형으로 바뀌었고, 선택권은 너희에게 있다고 사실 그대로 얘기해 줬을 뿐이었다. 백지 답안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
김 교사는 사립학교와 재단이 교사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그간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화여중에 있는 전교조 조합원은 13명으로 세화고나 세화여고보다 월등히 많다. 학교 측에서 세화고, 세화여고에 있던 전교조 조합원 교사를 중학교로 발령한 것이다. 그 역시 세화여고로 부임한 뒤 전교조 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1년 만에 세화여중으로 옮겨야 했다.
그는 "그간 인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급식 문제 등으로 학교 앞에서 집회를 하는 등 문제 제기를 해왔다"며 "이번 사건은 저에 대한 징계 성격도 있지만 조합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도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는 7일 열리는 징계위에 대해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징계를 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워낙 부당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인해서 저,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받을 상처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청심사, 행정소송, 민사 소송까지 끈질기게 싸울 것"이라며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 반포초등학교 앞에서는 또 댜시 김 교사를 응원하는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그 러나 같은 일로 곧 중징계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교사가 또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일제고사에서 서울 서초구 세화여중 3학년 학생 100여 명은 백지 답안을 제출했다. 일제고사에 반대한다는 의사의 표시였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보수 언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생을 선동했다고 몰아갔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공립학교 교사를 파면·해임하면서 사립학교인 세화여중 재단에 이 학교 김영승 교사에 대한 자체 징계를 권고했다. 김 교사는 일제고사 시행 전, 3학년 수업에 들어가 일제고사에 대해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했었다.
학교 재단 측은 오는 7일 김영승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김 교사에게 보낸 징계사유서에는 성실과 복종의 의무, 직장 이탈 금지, 그리고 사립학교는 공립학교 교원의 복무를 적용한다는 사립학교법 위반 등이 적혀 있었다. 성실과 복종 의무 위반은 현재까지 일제고사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혐의'다.
소문이 퍼지면서 세화여중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재학생들은 "우리가 백지를 낸 건데 왜 선생님한테 그러냐"고 했고, 졸업생들은 "내가 기억하는 세화는 이렇지 않다"고 항의했다.
포 털사이트 '다음'에 개설한 카페에는 현재 700여 명 가까이 되는 회원이 가입했다. 애초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로 예정됐던 지난 1월 29일 세화여중 맞은편 반포초등학교 앞에서는 150여 명이 모여 김영승 교사를 응원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1월 15일부터는 세화여중 정문 앞에과 학교 재단인 태광그룹 앞에서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20일 넘게 이어지는 학교 앞 1인 시위는 이제 제법 구색을 갖췄다.
지난 4일 찾아간 학교 앞에서 김영승 교사는 자신의 차 트렁크에 작은 '다방'을 차려 오가는 이들과 따뜻한 음료를 나눴다.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제법 많은 종이컵이 쌓여 있었다.
▲ 일제고사에 대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징계 권고를 받은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 ⓒ프레시안 |
"다른 이유까지 끼워넣어 징계하려 한다"
"징계사유서를 보면 제가 참 파렴치하고 정치적인 인간이었던 것 같더라.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김 영승 교사가 세화여중·고에서 재직한 것은 1996년부터였다. 13년간 학교에 재직하며 김 교사는 급식 환경 개선에 앞장서 모범 학교로 인정받게 하는 등 학교 운영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랬던 그는 지난 1월 자신 앞으로 날아온 징계사유서에 할말을 잃었다.
징 계사유서에는 백지 답안 뿐만 아니라 다른 사유들이 함께 적혀 있었다. 학교 측은 김 교사가 지난 10월 일제고사 전 학교 교사들에게 '교사 반대 선언' 서명 참여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발송하고, 서명지를 부착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처분서에 적시된 내용이었다.
김 교사는 "백지 답안 때문에 징계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학교가 다른 이유까지 끼워 넣어서 사유를 만들어냈다"며 "여러 통로로 들리는 이야기를 봐서는 중징계를 할 모양"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동료 교사는 "평소 미웠던 교사에게 교육청에서 징계를 하라고 한 것"이라며 "때리고 싶었는데, 때리라고 방망이를 준 셈"이라고 거들었다.
"부당한 징계 사유, 누구나 알 수 있다"
징계 소식이 알려진 뒤 김영승 교사에게 힘을 주었던 이들은 다름 아닌 학부모와 학생들이었다.
4 일 오전에도 3명의 학부모가 징계위원 중 한 명인 세화고 교장을 방문하러 가는 길이라며 정문 앞에서 김 교사와 인사를 했다. 그는 "급식업체를 바꿀 때 특히 학부모들의 신임을 받았다"며 "저를 좋은 교사라고 기억하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온·오프라인으로 모집하고 있는 탄원서도 2000장이 넘었다. 김 교사가 부임하기 전에 졸업한 친구들도 자기가 기억하는 세화, 바라는 세화는 이런 모습이 아니라며 연락을 해왔다.
학 교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맞서 교사들에게 탄원서에 서명을 하지 말라고 일일히 전화를 돌리는가 하면, 김 교사를 돕겠다는 졸업생에게 연락해 학교로 부르기도 했다. 또 항의 집회를 할 수 없도록 학교 인근에 집회 신고를 먼저 해놓기도 했다. 김 교사는 "징계 사유가 부당한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처럼 체험 학습을 안내하거나 조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이들이 시험 왜 봐요? 안 보면 안되요? 라고 물었을 때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시끄럽다고 다그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법률적으로 원래 교과부 장관에게 권한이 있던 시험이고, 그런 시험이 전집형으로 바뀌었고, 선택권은 너희에게 있다고 사실 그대로 얘기해 줬을 뿐이었다. 백지 답안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
김 교사는 사립학교와 재단이 교사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그간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화여중에 있는 전교조 조합원은 13명으로 세화고나 세화여고보다 월등히 많다. 학교 측에서 세화고, 세화여고에 있던 전교조 조합원 교사를 중학교로 발령한 것이다. 그 역시 세화여고로 부임한 뒤 전교조 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1년 만에 세화여중으로 옮겨야 했다.
그는 "그간 인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급식 문제 등으로 학교 앞에서 집회를 하는 등 문제 제기를 해왔다"며 "이번 사건은 저에 대한 징계 성격도 있지만 조합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도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는 7일 열리는 징계위에 대해 그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징계를 하기로 한 결정 자체가 워낙 부당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인해서 저,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받을 상처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청심사, 행정소송, 민사 소송까지 끈질기게 싸울 것"이라며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 반포초등학교 앞에서는 또 댜시 김 교사를 응원하는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강이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삶 > 보고듣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 민주노총에 실망하지 않았다 - 한 페미니스트가 본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 (0) | 2009.02.13 |
---|---|
Hoopdance (0) | 2009.01.31 |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0) | 2009.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