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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보고듣기

단심 丹心

단심 丹心 
명사. 속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스러운 마음.
유의어 : 성심, 성의, 충성

 

수천 년 동안 쓰여온, 어쩌면 이미 바래버린 말들일지도 모르는데, 마음을 '조각' 혹은 '마디'로 표현하고 나면 어쩐지 초콜릿 바를 꺾어주듯이 마음도 뚝 꺾어줄 수 있을 듯해서. 그렇게 일생일대의 마음을 건네면서도 무심한 듯 건넬 수 있을 듯해서.
언젠가 용기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날이 있었다. 용기는 그 말을 초콜릿 바를 받듯 가벼이 받았었다. 재화의 마음, 꺾인 부분에서는 잔 가루들이 날렸는데.
너는 모르지.
단심, 흐리멍덩한 붉은색이 아니라 좌심실의 붉은색,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헤집어 보여주는 것 같은 진지함이 있었다. 그 순간에는 옛날 사람들처럼 고전적으로 진지했다. 그리고 그 바보 같은 럭비 선수는 전혀 그렇지 못했지.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고 재화를 보고 웃었었다.
마음을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할 때는 역시 진지해야 해. 재화는 먼 곳의 용기에게 중얼거렸다. 어디서 누구를 사랑하고 있든 간에 신중히 사랑을 말하길. 휘발성 없는 말들을 잘 고르고 골라서, 서늘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 그 다음에, 늑골과 연구개와 온갖 내밀한 부분들을 다 거쳐 말해야 한다고.
그게 아니면, 그냥 하지 말든가.
                                                                                                                                        <정세랑, 덧니가 보고 싶어>

 

 

나에겐 누군가의 단심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마음 속엔 courage도 없었고 container도 없었다. 내 가벼운 태도가 상대에겐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나의 단심을 상대가 묵직하게 받아들여 주기를 바랬다. 그 단심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가벼운 것이었지만. 

그래서 나의 인생은 가벼웠던 것 같다. 난 늘 속으론 무거운 무언가를 찾고 있었지만.

 

*덧붙여,

촌심  
  • 1.명사 속으로 품은 작은 .
  • 2.명사 말하는 이가 자기의 생각을 낮추어 이르는 .
편심 1  
  • 1.명사 좁은 마음.
  • 2.명사 일방적으로 치우친 마음.

** 한번 더 덧붙이자면,

단심의 丹은 붉을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