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EBS를 틀었는데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었다. 제목은 '그녀 앞의 세상'. 인도에서 상반된 삶을 사는 두 여자를 그린 다큐멘터리였다. 한 여자는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여성이고 한 여자는 힌두교 극단주의자의 딸이었다.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자이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아픔을 똑같았다. 여자로 태어난 나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신 것만으로도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힌두교 극단주의자 딸의 인터뷰가 너무 가슴 아팠다. 인도에서는 실제로 일년에 만명이 넘는 여자아이가 부모에게 죽임을 당하고 태어나자마자 죽는 아이는 셀 수도 없다고 한다.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여성의 어머니 또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둘째도 딸인 것을 알자 아버지는 태어난 딸을 쳐다 보지도 않았고 아이를 죽이거나 고아원에 보내자고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도저히 그럴수는 없어서 아버지와 이혼을 했고 딸을 데리고 나와서 살았다. 그 딸이 이제 장성하여 미인대회에 출전을 한다.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여성은 자신이 상품이 되어 사람들 앞에 발가벗겨지는 것이 과연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묻는다. 다리 심사를 한답시고 수십명의 여자들이 얼굴은 흰 천으로 가리고 맨 다리로 무대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니 되게 씁쓸했다. 그 앞에서 히죽대고 있는 남자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또 어떻던지. 힌두교 극단주의자의 딸의 삶도 다르지 않다.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뜻은 한번도 펴지 못하고 3살 때 부터 각종 캠프에 다니며 전투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왔다. 극단주의자인 아버지는 딸이 12살 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다리미를 달구어 아이의 발을 지졌다면서 아이는 아마 그 일로 큰 교훈을 배웠을 거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런 아버지에게 딸은 화가 나지만 자신을 낳아줬기 때문에 이 정도의 권리는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딸이 조국을 위해 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 한다. 하지만 딸은 이 길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인지 아리송하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두려운 미래, 하지만 여자로 태어나 할 수 있는 거라곤 결혼과 살림이 다인데 그것만으로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인도 여성의 삶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극단적이고 비참히지만 근본적으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여자이기에 겪어야 하는 불리함과 압박이 얼마나 팽배한지.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세상에서 사는 모든 세상 여성들은 약자임에 분명하다.
EIDF 2012는 8월 24일이 폐막이고 다시보기는 7일동안 유효하다고 하니 한번 들러보시길. 재미있는 다큐멘터리가 많아서 나도 하나씩 보는 중이다. http://www.eidf.org/2012/index.php
오늘 저녁에는 한국 다큐멘터리 '두개의 선'을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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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결혼’은 한국 사회에서 ‘선택’이 가능한 문제인가? 지민과 철은 동거하는 커플이다. 어느 날 지민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삶의 새 국면에 들어섰음을 깨닫게 된다. 감독은 미혼 여성으로서 아이를 갖게 된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결혼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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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시놉시스가 적혀있다.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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