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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생각

작업중

나를 아는 것은 건강하게 앞으로 살아 나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1. 심리학

 

유아, 영아기 때 부모와의 관계가 이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주요한 원인임을 알고 나서 난 지금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탐구 중이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들의 특성들을 밝히면서 너무 많은 부분이 과거 내가 부모와 맺었던 관계와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내가 '왜' 현재 어떤 형태의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드러나면서 난 내 생각,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은 사실 진짜 내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사실 이 탐구는 10여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감정적인 부분을 정리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과연 언제쯤 난 쿨한 모습이 될 지 모르겠으나 언젠가 오리라 믿는 그 날을 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 bell hooks

 

나를 지금 내 모습으로 있게한 또 하나의 원인은 가부장적인 이 세상의 무의식적이고 지속적인 압력 때문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 깨달음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사실 나에겐 많은 선택지가 있었으나 난 알지 못했기에 누구나 선택하는 그 길을 간 것이라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조금 더 일찍 그 선택지들을 알았더라면 내 인생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을 거란 것에 좀 억울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난 아마도 앞으로의 생을 이전보다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3.

 

지금의 나의 모습도, 지금까지 했던 나의 선택들도 사실은 진정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난 과거로부터 무수히 맺었던 익숙한 관계를 무의식 중에 반복하고 있었고 균일함을 요구하는 사회의 시선에 나를 맞추며 그것이 옳은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제 나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 중 병적이고 부정적인 것들을 골라 걷어낼 수 있는 '체'가 생겼다. '나는 원래 그래'라는 책망이나 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알 수 없었던 끝없는 우울과 자기 부정, 병적인 긴장감, 어두움 따위의 실체를 알아가는 건 참 흥미진진하고 가슴 설레는 모험이다. 알고 보니 모든 것엔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은 깊은 안도감을 준다. 새로운 사랑과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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