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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살림

실리콘 쏘기

  살림살이 2년만에 실리콘을 쏘게될 줄 몰랐다. 우리집이 낡은 아파트라서 욕실에 방수가 잘 안되는 게 큰 문제이다. 그래서 화장실과 붙어 있는 벽들의 페인트가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남편이랑 둘이 살 땐 그러려니 했는데 이든이가 기기 시작하면 페인트 가루를 집어 먹을 수가 있어서 그대로 놔둘 수가 없다.

  가장 시급한 건 변기 옆 화장지 걸어놓는 벽과 수건 걸이가 있는 벽이라서 우선 급한대로 한국에서 공수해 온 시트지를 벽에 붙여 놓았다. 미국의 화장실 구조상 욕조 밖엔 하수구가 없어서 물이 닿을 일이 거의 없으니 이 양 벽은 시트지만 붙여 놓았어도 해결이 된 것 같다. 분홍색 시트지를 붙여 놓으니 나름 분위기도 환해져서 볼 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ㅎㅎㅎ

두번째로 시급한 곳은 부엌. 욕조 반대편 벽이 부엌의 벽이라서 여기도 난리이다. 왜 점점 더 심해지나 곰곰히 관찰을 해 보았더니 아이구야, 욕조와 타일벽 사이의 실리콘이 많이 떨어져 있다. 타일벽의 줄눈도 오래되서 가루가루 떨어져 있고. 이러니 샤워할 때마다 물이 벽으로 스며들어서 부엌벽의 페인트가 떨어졌구나. 시트지를 붙이기 전에 물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실리콘을 다시 쏘기로 결심했다.

  세번째로 실리콘이 필요한 곳은 부엌의 싱크대이다. 준비대와 개수대, 스토브가 연결된 부분이 스텐레스로 마감이 되어 있는데 스텐레스와 상판 사이에 때가 무진장 낀다. 행주질 한번 할 때마다 사이사이에 음식물들이 끼는;;;; 좋지 않은 상태이다. 요즘 날이 더워서 벌레들도 많은데 영 찜찜하다. 지금 생각으로선 부엌은 투명 실리콘, 화장실은 흰색 실리콘을 사용해 보고 싶다.

  그런데 내가 실리콘을 쏴 본 적이 있어야지 원. 전에 집 공사할 때 아저씨들이 실리콘을 짜고 난 후 손가락으로 휙 훑고 지나가는 건 어깨 너머로 봤는데 과연 내가 해도 그렇게 매끄럽게 발릴까.... 아무래도 최대한 바르기 쉽고 오래 가는 실리콘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실리콘을 쏘려면 우선 기존의 실리콘을 칼로 긁어 내고 물기 없이 말린 후에 시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처음 해 보는 일이니만큼 가볍게 세면대부터 해 보려고 한다.

  이런 일을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하고 재미있어 하는 나도 참 특이하다. ㅎㅎㅎ 난 이런 일이 왜 이렇게 좋은지 ㅋㅋㅋ 나무 도마랑 나무 조리기구에 기름칠 하기, 부엌칼 날카롭게 갈기. 이런 일도 굉장히 좋아한다. -_-;;;; 결혼하고 나니 살림살이들을 관리하는 데 재미가 들려서리.... 이젠 쇼윈도에 걸린 예쁜 원피스 한벌 보다는 잘 길들인 무쇠 후라이팬 보면서 더 흐뭇해 진다지.

  아무튼,
좋은 실리콘 검색이 끝나는 대로 주문해서 세면대에 실리콘을 쏴 볼 예정이다. 어서어서 해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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