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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경북 의성 (2012-2013)

옆집 아저씨와의 만남

  오늘 낮에 이든이랑 빨래하러 갔다가 왔는데 복도에서 옆집 아저씨를 만났다. 원래부터 인사는 주고받았지만 긴 얘기를 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따라 얘기를 하다보니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아저씨는 중국인인데 오늘 알고보니 싱글이었다. (그럼 아저씨는 아닌가?! 근데 나이는 좀 많으신 것 같다. 30대 후반~40대 초반쯤?! 그러니까 아저씨 맞다. ㅎㅎㅎ) 얘기꽃을 피우다보니 이든이가 카트에 앉아있다가 졸렸는지 안아달라고 하더니 품에서 잠이 들었다. 아저씨는 오늘 빨래 하러 갔다가 오시는 길에 나한테 낚이셔서ㅋㅋ 빨래통 들고 나랑 한참을 얘기했다.

  원래 매해 크리스마스엔 캐나다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시는데 올해엔 왠일인지 그 친구한테서 연락이 안오셨다고 한다. 알고보니 친구 부부가 이혼을 해서 그 사실을 이틀전에 아셨다고.. 더 가슴 아픈건 이 부부의 사연이었다. 딸이 하나 있었는데 7살인가 9살에 납치되어 살해되었다고 ㅜㅜ 한다. 사람도 너무 좋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부부였는데 누군가 질투를 해서 딸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다 결국 딸을 살해했다고....딸이 실종된지 5개월만에 주검을 찾았다고 하는데 그 동안 부부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너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두 사람이 결국 이혼하고... 세 식구가 모두 흩어지는 결과가 되었다니 이야기를 듣는내내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상하게 같은 아시아계라 그런지 왠지 아저씨랑은 좀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언제 한번 저녁이나 하시러 오시라고 해야겠다. 사실 오늘이나 내일 같이 저녁 먹자고 했는데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으시다고 해서리 아쉽게도 다음 기회에.... 이번 크리스마스는 별 일 없이 평소처럼 지나갈 걸 생각하니 좀 아쉬웠는데 아저씨와의 만남으로 특별해졌다. 나에게 필요한건 특별한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아니라 따뜻한 사람과의 대화였던가 보다.

  뉴헤이븐을 떠나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내 마음 한켠은 이 곳 사람들에게 놓고 가고 싶다. 오늘처럼 다가가면 쉽게 친해질 수도 있는데 내가 마음을 안 열었던 것 같다. 앞으론 좀 더 쉬운! 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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