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생각

....

다시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확신에 찬 어조와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가 부러웠다.

그 앞에 서면 작아지는 내 모습이 서글펐다.

그 얼굴을 보면 나보다 훨씬 세상을, 인간을 잘 아는 듯한 그 모습은 쉽사리 흔들리고 지치는 내 모습과 대비되어

나는 영 희망이 없는걸까 하고 되뇌이게 되는 것이다.

기껏해야 나는 그의 확신을 어정쩡하게 부정하거나 밑도 끝도 없는 자기 경멸에 빠지기 일쑤이다.

그 열뜬 목소리와 반짝이는 눈빛을 감당하기에 내 안엔 그만한 용기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세계는 손가락으로 살짝 튕기기만 해도 금방 깨져 버리는 그렇게 약한 것이었나 보다.

대화 한토막으로 이렇게 내가 산산조각이 나는 걸보면.

조금씩 잘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 다시 시작, 다시 시작.

몇 번 쯤 이렇게 다시 시작해야 할까. 다시 시작하면 예전과 다를 수는 있을까.

익숙치 않다는 이유로 피하거나 비웃음으로서 상대를 격하시키거나 깊은 자기 경멸에 빠지지 않고 싶다.

밥 먹었니, 잘 잤니 하는 인사처럼 웃으면서 인생을 얘기하고 싶다.

'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 속 기적 이야기  (0) 2009.10.19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의 어려움  (0) 2009.05.04
고백  (2) 2009.04.09